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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치리포트]

24/25 브라이튼 vs 맨시티 11R 리뷰 : 브라이튼 매력적이다

맨시티, 또 패배하다

11월9일 (한국 기준) 프리미어리그 11R에서 맨시티가 브라이튼에게 1:2로 패배했다. 24/25 시즌에 들어서서 맨시티의 4번째 패배이자 4연속 패배다. 펩 과르디올라가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휀, 멘체스터 시티의 감독을 역임하면서 네경기 연속 패배한 것은 처음이다.   
 

 
-      10/31 EFL컵 4R에서 토트넘에게 1:2 패배
-      11/3 프리미어리그 9R에서 본머스에게 1:2 패배
-      11/6 UEFA 챔피언스 리그 4R에서 스포르팅에게 1:4 패배
-      11/10 프리미어리그 11R에서 브라이튼에게 1:2 패배
 
맨시티는 4연속 패배로 프리미어 리그에서 2위로 밀려났고, EFL컵에서는 탈락했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많은 팀들이 맨시티에 대해 ‘그래 한번 붙자, 해볼만 해’라는 마음 가짐, 도전 의식, 자신감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맨시티는 치명적인 크립토나이트에 노출되어 인간계로 하락한 슈퍼맨처럼 변해버렸다. 믈론 전반전 맨시티의 경기력은 괜찮았다. 하지만 좀처럼 맨시티다운 통제력과 원할한 공격 전개는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고 후반전은 더더욱 그러하지 못했다.
하지만 맨시티의 패배는 맨시티의 부진한 경기력이라고 하기보다 그만큼 브라이튼이 좋은 경기력을 후반에 보여주였기 때문이다. 브라이튼의 경기력 및 전슬적 특징에 대해 보다 집증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맨시티의 후방 빌드업을 저지하다   

브라이튼은 전방압박에 진심이다. 그러나 리그 최고 수준이냐고 묻는다면 그 정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맨시티가 압박을 풀고 후방 빌드업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그도 그럴 것이 후방 빌드업은 키퍼, 센터백 그리고 수비형 미드필더간의 팀웍이 매우 중요한데 맨시티의 현재 선수 구성은 최상의 조합이 아니다. 우측 센터백으로 출전한 자마이 심슨 퓨세이(Jahmai Simpson-Puesey)는 나흘전 스포르팅전 UEFA 챔피언스 리그에서 처음으로 1군팀 선발로 나선 19살의 유망주다. 또 최근 토트넘과의 EFL컵 경기에서 75분에 교체 투입된 것이 그의 1군 첫 경기였다. 그와 합을 맞춘 좌측 센터백은 올시즌 줄곧 풀백으로만 나섰던 그바르디올이였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코바치치, 그리고 170cm의 또다른 19세 유망주 리코 루이스다. (인버티드 풀백으로 중앙 빌드업 역할 수행) 결국 존 스톤스, 후벵 디아즈, 아케, 아칸지, 로드리등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부상으로 전력 이탈한 포지션에 유망주들과 포지션 변경한 선수가 처음으로 발을 맞춘 셈이다. 경기내내 맨시티는 상대의 전방 압박을 풀어내지 못하고, 좀처럼 평소 수준의 공격 전개를 보여주지 못했다.
 

자마이 심슨 퓨세이와 리코 루이스

 

2. 브라이튼의 매력적인 다자 패스   

브라이튼의 매력은 간결한 3자 패스, 4자 패스를 활용하여 공격을 전개하고 슛팅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조직력에 있다. 올해 갑자기 확보한 조직 역량이 아니다. 전임 데제르비 감독이 심어 놓은 브라이튼 축구 DNA다. 특히 다자 패스가 상대의 포켓 공간(미드필더와 최종 수비라인 사이의 공간으로 이 위치에서 공격수가 볼을 점유하면 다양한 옵션으로 공격을 전개할 수 있어서 수비하기 매우 힘듦)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 매우 날카로운 슈팅 찬스를 만들곤 하는데 맨시티전 두 개의 득점 모두 이 포켓 공간을 활용한 다자패스가 기점이 되었다. 이런 축구를 잘하는 고수팀들이 갖는 특징이기도 하다.  
 

포켓 공간으로의 쓰루 패스
좌측 포켓 공간에 위치한 미토마로 패스
미토마가 좌측 공간으로 침투하는 에스투피난에게 패스

 

3. 브라이튼은 좌측을 끊임없이 돌파한다

데제르비 감독 시절 일본 출신의 윙어 미토마는 날렵하고 스피디해서 매우 위협적인 윙어로 자리잡았다. 다만 시즌 하반기 상대의 방어가 철저해지자 돌파, 패스, 득점력 모두 하락했었다. 하지만 휘르첼러 감독하에서 풀백 에스투피난과 함께 매우 흥미로운 조합을 만들면서 상대에게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핵심은 두 사람이 역할과 위치를 지속적으로 스위칭하는데 있다. 토트넘의 경우 손흥민 선수는 대부분 측면에 붙어서 폭을 넓히는 역할을 수행하고 우도기는 센터백과 풀백 사이 벌어진 폭 사이로 언더래핑하는 것으로 패턴이 정형화되어 있다. 하지만 브라이튼은 다르다. 한명은 측면에서 하프 스페이스로 대각으로 침투하면 다른 한명은 바깥으로 오버래핑을 해서 상대 풀백이 마크맨을 놓치는 경우들이 종종 일어난다. 위에 포켓 공간을 통한 4자 패스 예시로 든 사진에서 미토마가 인버티드 윙어로 들어서자 좌측 큰공간을 에스투피난 혼자서 점유하는 모습니다. 후반 51분 장면으로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에스투피난의 크로스로 시도된 헤더슛은 기대득점 0.35으로 순도가 매우 높은 기회였다. 이런 다채로운 조합과 공격 시도를 지속적으로 시도하면서 브라이튼은 매우 날카로운 공격을 펼쳤다.   
 

브라이튼의 주요 공격 지역 표시

 

4. 반다이크 부럽지 않은 괜찮은 센터백 발밑

네덜란드 출신의 오른발 센터백 헤케 (Jan Paul van Hecke)는 매우 뛰어난 패싱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포켓 공간으로의 쓰루 패스도 정확도가 높고 곧잘 맨시티의 뒷공간으로 보내는 직선적인 롱패스도 날카롭다. 이는 브라이튼의 빌드업과 공격 전개를 더욱 다채롭게 하는 옵션이다. 즉, 짧은 패스위주의 후방 빌드업, 골키퍼를 통해 이뤄지는 미들킥, 그리고 센터백에서 시작되는 롱패스들이 있어 공격 루트를 다양화했다. 특히 64분에 미토마를 겨냥한 한번의 롱패스, 미토마 뒤로 오버래핑하는 에스투피난 그리고 그의 왼발 크로스에 이은 중앙에서의 헤딩슛(기대득점 0.18)은 매우 간결하며서 치명적이였다. 마치 리버풀의 직선적이고 간결한 공격 패턴과 닮아 있었다. 과거 데제르비가 브라이튼에서 보여준 중앙에서의 짧은 패스 위주의 빌드업은 전세계적으로도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곤 했다. 광주FC의 이정효 감독까지도 브라이튼의 빌드업을 여러차례 벤치마킹했다고 할 정도이니까. 그런데 빌드업 과정에서 상대의 전방 압박에 공을 뺏기고 실점을 당한 경우도 여러차례 있었다. 하지만 휘르첼러 감독은 보다 직선적인 빌드업도 적극적으로 활용, 실용성을 훨씬 더 가미하고 있다.   
 

맺으면서

이번 11라운드 경기를 다시 복기해보면, 브라이튼은 다자 패스와 롱패스, 포지션 스위칭 및 빠른 측면 돌파등 다양한 스타일의 축구를 조합하고 있다. 맨시티, 리버풀, 아스날, 첼시가 가장 전력이 강한 Top 4라면, 토트넘, 뉴캐슬, 아스턴빌라, 풀럼, 맨유 그리고 브라이튼 6개팀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이번 시즌 경쟁할 것 같은 생각이다. 
 
반면, 맨시티는 여전히 경기를 주도하는 축구를 하고 있다. 다만 스쿼드의 구성이 후보 자원, 교체 자원으로 구성되면서 경기력이 다소 저하되어 있다. 흔히 축구는 아주 작은 차이(fine margin)가 승부를 가른다고 한다. 작은 차이는 오프사이드를 만들기 위한 한걸음, 공의 쓰루패스를 중간 차단하기 위한 한 발자국의 거리 조정, 패스를 동료의 발밑으로 정확하게 전달하는 차분함, 동료에게 패스를 보내는 빠르기와 템포와 같은 것, 이런 작은 것들에서 현재 맨시티는 과거와는 다른 차이가 존재한다. 그렇다고 다른 팀들은 부상 선수가 없고 맨시티만 부상 선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팀의 전술은 제약과 한계 속에서 새로운 방법을 찾는 법, 펩 과르디올라의 새로운 극복 전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