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는 9월9일(한국시간) 토마스 투헬 감독을 경질하고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의 감독 그레이엄 포터를 신임 감독으로 임명했습니다. 1975년생의 젊은 잉글랜드 감독으로 현 '뉴캐슬'의 에디 하우 감독과 함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감독 중의 한명입니다. 과거 '토트넘'이 누누 산투 감독을 경질했을 때도 그레이엄 포터 감독이 후임으로 거론되었을 정도로 잉글랜드 축구계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감독이죠. 포터 감독이 지난 21/22 시즌 '브라이턴'에서 보인 축구 특징을 통계 데이터를 통해서 몇가지 살펴 보고자 합니다.
기대 득실점이 설명하는 브라이턴
'브라이턴'은 21/22 시즌을 9위로 마쳤습니다. 순위의 상승 잠재력을 예측하면 어떨까요? 그럴 때는 기대 득점과 실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감독의 전술과 조직력을 평가할 때는 더더욱 긴요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실제 득실점은 선수의 개인기, 감독의 전술 모두가 종합적으로 만들어낸 결과지만, 기대 득실점은 감독의 전술적 역량을 보다 더 많이 반영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위 그래프는 21/22 시즌의 각 클럽별 기대 득점과 기대 실점을 맵핑한 결과입니다. 푸른색으로 표시된 5개 구단은 승점상 1위에서 5위를 차지한 클럽인 동시에 기대 득실점 측면에서도 동일한 순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6위부터 10위까지는 결과가 다릅니다. 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웨스트 햄'이 각각 6위, 7위를 기록했지만 기대 득실점 측면에서는 '크리스탈 팰리스'와 '브라이턴'이 6위와 7위에 해당됩니다.
기대 득점과 실점은 통계적 가능성으로 추정한 스코어입니다. 실제 득점이 기대 득점보다 더 높고, 실제 실점이 기대 실점보다 낮다면 마지막 득실점 순간에서 보인 선수들의 개인 역량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크리스탈 팰리스'와 '브라이턴'은 감독이 기획한 전술이 큰 영향을 미친 클럽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소한 EPL에서 첼시의 신임 감독군 후보를 찾는다면 기대 득실점 측면에서 볼 때, 이 두 팀의 감독이 가장 훌륭한 대안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점유율 4위의 브라이턴
볼 점유율은 (해당 클럽의 패스 횟수 / 양팀 패스 횟수 총합)으로 계산합니다. 그래서 패스 점유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점유율이 높아도 경기에서 패배하는 경우는 부지기수입니다. 그러면 점유율과 승점간 상관관계는 어떨까요? 21/22 프리미어 리그를 살펴보면, 0.86입니다. 실제 득실점과 같은 변수보다는 낮지만, 0.86도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점유율이 높은 클럽이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실제 득점 0.95
- 실제 실점 0.89
- 실제 득실점 차이 0.97
- 기대 득점 0.93
- 기대 실점 0.86
- 기대 득실점 0.95
그렇다면, 지난 시즌의 각 클럽별 점유율 순위를 살펴볼까요?
브라이턴은 순위상 9위를 기록한 클럽입니다. 하지만 패스 점유율은 맨시티, 리버풀, 첼시에 이어서 4위입니다. 심지어 '토트넘'이나 '아스날'을 상회합니다. 그레이엄 포터 감독은 점유율을 높이는 축구를 지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터치 점유율을 발표하는 기관도 있습니다. 패스 점유율과 터치 점유율간 상관관계는 0.99 수준이라서, 패스 데이터든 터치 데이터든 어느 것을 사용해도 큰 이슈는 없다고 판단합니다. 다만, 뒤에서 분석하고자 하는 경기장 위치별 점유율 데이터는 터치 데이터만 보유하고 있어서 터치 점유율의 순위도 병기했습니다.)
높은 점유율... 그러나 중원은 점유하지 않는다?
'브라이턴'은 높은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중원 점유율은 낮습니다. 경기장을 3등분해서 수비 진영 1/3, 중원 1/3, 공격 진영 1/3의 터치수를 각각 비교해보았습니다. '브라이턴'은 수비 진영에서의 터치수가 5위, 중원에서는 10위, 공격 진영에서는 4위를 차지하였습니다. (붉은색 막대 그래프)
중원 의존도가 낮고 수비 진영에서의 볼 소유가 높다면, 수비후 역습의 단조로운 패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공격 진영 즉 Final 3rd에서의 터치 횟수가 4번째로 가장 높다는 점입니다. .
위 세 개의 진영별 터치 횟수 데이터를 통해서 몇가지의 합리적 추정이 가능합니다.
첫째, '브라이턴'은 견고한 수비 축구를 지향하면서 공격 전환시 간결하고 빠른 공격을 시도하는 클럽입니다.
둘째, 그렇다고 한 사람의 스트라이커나 골잡이를 통해 단순하게 드리블하고 골을 시도하는 패턴이 아닙니다. 공격에 참여한 선수들간 2:1 또는 컷백과 같은 패스웍이 활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셋째, 지공시에도 엉덩이를 쭉 빼고 U자형으로 센터백과 미드필더간에 횡패스를 하면서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스타일이라기보다, 윙백들의 활발한 공격 참여를 통해서 Final 3rd에서 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스타일입니다.
중원에서의 점유율이 낮지만 공격 진영에서 비교적 높은 점유율을 기록한 클럽들이 또 있습니다. 사우스햄튼, 아스턴 빌라 그리고 에버튼(위 그래프에서 노란색 막대 그래프)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실제로 이 클럽들은 최종 순위를 고려할 때, 자신들의 전체 패스 중에서 공격 진영에서의 패스 비중이 매우 높은 클럽들입니다. 득점 루트를 찾지 못해서 공격 진영에서 방황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 훌륭한 골잡이가 없는 상황에서 더더욱 공격 진영에서의 전술 조합이 더욱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격 진영에서의 패스, 터치, 점유율이 높다는 것은 득점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골 포스트와 더 근접한 위치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회 실현의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득점을 만드는 과정을 '보는 재미'도 기대할 수 있는 클럽이라고 할 수 있겠죠.
위에서 언급한 닮은꼴 3개 클럽은 기대 득점 측면에서도 '브라이턴'과 비슷한 수준입니다만 왜 성적은 낮을까요?
그 차이는 바로 기대 실점에 있습니다. 수비 조직력과 전술이 탄탄하지 못하기에 실점 리스크가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수비수들의 개인 역량도 낮기 때문에 기대 실점보다 더 많은 실제 실점을 한다는 점에서 '브라이턴'보다 더 좋지 않은 결과에 직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브라이튼은 기대 실점 측면에서 아스날보다도 더 안정적인 조직력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롱볼의 가치
순위가 높은 클럽들은 롱볼 패스가 적다고 자칫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강팀일수록 롱볼도 적극적으로 잘 활용합니다. 강등권팀들도 롱볼을 많이 시도하지만 정확도가 낮기 때문에 롱볼의 위력이 낮은 것이고요.
위 그래프는 짧은 패스와 중간 패스의 수를 전체 패스 횟수와 비교한 그림입니다. 패스 시도 횟수가 아니라, 성공한 패스의 횟수입니다. 짧은 패스의 경우, '브라이턴'은 8번째로 가장 많은 패스를 했습니다. 중간 패스의 경우에는 토트넘 다음으로 5번째로 가장 많은 패스가 이뤄졌습니다. 여기까지는 아주 특별한 포터식 축구의 특징을 볼 수 없습니다.
반면, 30 Yard 이상의 롱패스에서는 맨시티, 리버풀, 울브스, 첼시 다음으로 5위를 차지했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대로 수비에서 공격으로의 전환에 롱패스가 많이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토트넘'의 롱볼 패스 성공 횟수는 7위 수준입니다. 앞서 중간 패스에서도 5위를 차지한 것을 고려하면, 브라이튼은 점유율 축구를 하지만 그것이 보다 긴 패스를 통해서 속도 전환에 더 촛점을 맞추고 있음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위 그림은 크로스의 횟수, 40 yard 이상의 전환패스 횟수의 순위입니다. 브라이튼은 지난 시즌 골키퍼, 센터백 또는 3선에서 전방으로 이뤄지는 패스, 활발한 윙백에서 이뤄지는 다이나믹한 크로스와 수비수간 공간을 만드는 전환 패스를 적극 활용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작년 윙백의 크로스 능력이 미흡했던 토트넘은 역시 낮은 순위입니다. 그런 면에서 포터 감독이 만들어 놓은 '브라이턴'의 조직력은 빠른 공수 전환과 윙백을 활용한 크로스를 중시하는 '토트넘'에서도 긴요하게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변화무쌍한 포매이션의 클럽
포터 감독의 브라이턴은 포매이션 활용에 있어서 다채롭다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다음은 Understat에서 집계한 클럽의 각 포매이션 활용시간(min)을 비교한 표입니다. 물론 각 포매이션의 수치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토트넘은 수비시에는 대부분 5-4-1을 활용하는데, Understat에서 집계한 시간은 7분에 불과합니다. 또 4-2-3-1 포매이션을 사용하는 클럽들도 실제로 공격을 할 때는 2-3-5로 변형되는 것도 매우 흔합니다. 그러므로 이 데이터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각 클럽이 어떤 포매이션을 주로 활용하는지에 대한 1차적인 참고 목적으로서만 살펴봐도 될 것 같습니다.
위 표에서 보듯이 지난 시즌 포터 감독은 3 Back을 2,032분, 4 Back을 1,546분 고루 활용하였습니다. 동시에 기본 포매이션에 또다시 변화를 시도한 횟수도 많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3 Back을 더 자주 활용한다는 점에서 투헬의 첼시, 콘테의 토트넘과도 비슷한 포매이션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마무리하면서...
거시적인 통계 데이터를 통해서 포터 감독이 만든 브라이턴의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보았습니다.
21/22 시즌에서 그레이엄 포터 감독이 구축한 브라이턴은 공격력이 뛰어나게 화려하진 않지만 공격과 수비의 발란스가 뛰어난 탄탄한 경기력을 보였습니다. 특히 감독의 전술적 완성도를 가늠할 수 있는 기대 득실점을 볼 때, 포터 감독에게는 훨씬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브라이턴은 롱패스, 크로스, 전환패스등 상대를 뒤흔드는 과감한 움직임을 겸비하면서도 볼 점유율도 리그 4위라는 점에서 Top 클럽으로서의 잠재성이 엿보이는 좋은 클럽입니다.
첼시는 매우 뛰어난 클럽입니다. 데이터상으로나 클럽의 레거시로서도 브라이턴과는 다른 차원의 클럽입니다. 다만, 데이터들이 함의하는 포터 감독의 축구는 '어쩌면 이 감독, 첼시에서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최소한 포터 감독의 첼시 합류는 이질적인 축구 철학의 만남은 아닌 듯 싶습니다. 포터가 이끄는 첼시의 새로운 변화와 발전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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