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상식]

첼시 구단주의 스포츠 비지니스에 대한 생각 - 인터뷰 전문

9월14일 SALT 뉴욕 컨퍼런스에서 신임 첼시 구단주인 토드 보엘리(Todd BoeHly)가 '스포츠 비지니스'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 중, 프리미어 리그 및 첼시에 대한 그의 인터뷰 부분은 약 15분 가량 진행되었는데 그 내용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국내 매체에서는 몇 가지 정보만 선택적으로 제공하고 있어서, 전문 번역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인터뷰 내용을 있는 그대로 옮겨보고자 합니다.   

 

인터뷰 내용

사화자: 여러분은 프리미어 리그의 팬들인가요? (소수 함성) 그럼 첼시 팬들은요? (거의 대답 없음)
토드: 별로 없네요

사회자: 할 일이 많네요

토드: 그게 숙제죠.

사회자: 엘드릿지 인더스트리(eldridge industries)의 토드 보엘리를 소개합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었고 이제
첼시의 새로운 구단주이자 임시 디렉터죠? 혹시 매일 스트레스 받는가요? 

토드: 아닙니다. (미소)

 

사회자: 첼시는 스포츠 비지니스에서 매우 큰 프랜차이즈 클럽 중의 하나이고 또 당신은 전세계에서 가장 대단한 스포츠
프랜차이즈중의 하나인 LA다저스와 LA 레이커스의 공동 구단주중 한명이잖습니까? MLB나 NBA의 클럽을 소유하는 것과
프리미어 리그의 클럽을 소유하는 것의 가장 큰 차이는 뭘까요?

토드: 매우 글로벌하다는 점이다. 재능을 확보하고 파악하는 일련의 일들이 글로벌 차원의 과제입니다. 남미, 유럽, 아시아, 호주등 다양한 시장이 존재하고 이들은 각기 다르죠. 또 서로 다른 에이전트들이 각 시장마다 있습니다. 로컬 비지니스이지만 동시에 글로벌 스케일의 비지니스입니다. 그래서 조사하고, 분석하고, 파악하는 일련의 과정이 쉽지 않아요. 언어 장벽도 분명 존재하고요, 또 결제 통화도 늘 헷갈리죠. 파운드로 지불하고 유로로 받죠. 

사회자: 야구 선수나, 농구 선수보다 프리미어 리그 선수들이 좀 더 자유롭다고 생각하십니까? 

토드: 좀 더 프리 스타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자유롭다기보다는 좀 더 프리 스타일… 예를 들어 다양한 대화를 해야합니다. 이태리 에이전트는 그들 선수들을 대변하고, 포르투갈 에이전트틑 그들 선수들을 대변하고…  또 각 국가별로 1~2개 에이전트는 매우 힘이 셉니다. 그래서 그 세계를 잘 대응해야 하고, 또 달라는 대로 모든 비용을 지불해서도 안됩니다. (개인적으로 이 내용이 프리 스타일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사회자: 미국이 아닌, 잉글랜드와 같은 곳에서 클럽을 소유하는 것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토드: 프리미어 리그는 올해로서 30년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계속 진화해왔고, 승강제가 있고, 피라미드 구조로 리그들이 층층이 있습니다. 5~6개의 프로 리그들이 있고, 매해 3개 클럽은 강등, 3개 클럽은 승격합니다. 그래서 때때로 순위 테이블 가장 아래 부분을 봐야 합니다. 전체 피라미드 구조를 경제적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미디어 전략의 경우, 프리미어리그는 3개 국가를 제외한 전 국가에 방영되고 있습니다. 북한, 라트비아, 또 한 나라를 제외하고…  그래서 글로벌 관점과 로컬 관점이 공존합니다. 프리미어 리그는 최고 수준의 리그입니다. 우리 선수 중에 '칼리드 발리(쿨리발리)'라고 있는데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태리에서는 '생각하고 뛰어라'라고 하는데 잉글랜드에서는 '생각하면서 뛰어라'라고 한다더군요. (웃음)

 

사회자: '테드 라소'(축구 미드) 덕분에 강등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잇권이 존재한다는 것도요. 당신은 승강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지지하십니까? 

토드: 당연히 강등되서는 안됩니다. 프리미어리그는 다른 하위 리그와 경제적으로 엄청난 큰 차이가 있습니다.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방송 중개권 수익을 각 클럽이 공평하게 나누는데 약 2억 파운드 이상을 벌어들입니다. 그런데 챔피언쉽 리그로 내려가면 수익은 절벽처럼 떨어집니다. 한편, 승강이 걸린 경기는 시청율이 매우 높습니다. 바라건데 프리미어 리그가 미국 스포츠로부터 약간의 레슨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떨까요? 예를 들어 하위 4팀은 토너먼트 경기를 하면 어떨까요? 올스타 게임은 어떨까요? 사람들은 피라미드 구조 때문에 (살아 남기위해) 돈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LA에 열린 MLB 올스타 게임을 통해서 월요일, 화요일 이틀동안 2억불을 벌었습니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Norht와 South간 올스타 게임을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요? 그러면 클럽들은 자신들이 필요로하는 돈을 더 쉽게 벌 수 있지 않을까요?

사회자: 당신의 투자자들과도 이런 이야기를 했을 것 같은데요? 
토드: 모두들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을 좋아하죠. 그런데 문화적 인식의 차이는 존재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변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첼시 어플이 있는데 과거 다저스의 후진 어플보다도 훨씬 뒤떨어졌습니다.
프리미어 리그는 전세계에 대한 판권을 갖고 있습니다. 반면 LA 다저스의 경우, 아시아 시장에서 스트리밍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것은 매출의 고작 1/130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글로벌 비지니스로 확대해야겠다는 동기 부여가 작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각종 계약등의 룰들이 정해져서 그렇습니다. (상대적으로 새로운 프리미어 리그는 글로벌 수익을 늘릴 기회가 더 큽니다)

사회자: 잉글랜드 로컬 팬들은 여러명의 미국인과 스위스 사업가 한명이 경험도 없으면서 이 사업을 시작했는데, 어떻게 챔피언쉽 우승 클럽 운영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겠냐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신은 무엇을 이해하고 있으신가요? 

토드: 우리는 사람을 압니다. 특히 인적 자본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습니다.(human capital) 또 게임 플랜과 전략을 압니다. 우리는 최고의 재능들을 직접 찾아내는 축구 전문가는 아닙니다. 그런 전문가를 잘 활용하면 됩니다. 인적 자본이 핵심인 비지니스에서는 제대로된 리소스를 확보하여 서로 협업하도록 하고 조직화시키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리소스를 투자할 것이고 멀티 클럽 모델도 도입할 생각입니다. 새로운 클럽들을 운영한다면 좋은 국가들이 많습니다. 레드불은 라이프찌히, 짤즈부르크에 클럽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두 팀 모두 이번에 챔피언스 리그에서 뜁니다. 맨체스터 시티는 매우 큰 네트워크를 가진 클럽이죠. 앞으로의 첼시의 과제는 어떻게 18,19,20세의 젊은 슈퍼스타들을 키우냐 입니다. 통상 각 클럽들은 이들을 다른 클럽으로 임대시켜서 성장하도록 합니다. 한마디로 남의 손에 맡기는 것입니다. 첼시는 그러지 않고자 합니다. 유럽의 경쟁력있는 다른 리그에서 우리 클럽이 직접 성장시키고자 합니다. 그런데 브렉시트 때문에 이런 해외 유망주들을 향후 어떻게 잉글랜드로 쉽게 오게끔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포인트 프로그램 같은 것을 도입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다른 리그에서 경기했던 것을 포인트로 쌓고, 훌륭한 경기를 펼치고 대표팀에서 경기한 것등도 포인트화 해서, 향후 이것을 잉글랜드 입국시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종합적인 (인재 운영)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우리는 훌륭한 아카데미가 있습니다. 살라, 케빈 더 브라이너, 태미 아브라함, 리스 제임스, 매이슨 마운트, 트레버 챨리바등...  우리는 10~11명을 임대로 보냈거나 또는 지금도 영향력을 미치며, 또 다시 불러들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보엘리가 좀 착각을 한 것 같습니다. 살라, 케빈 더 브라이너등은 첼시에서 뛴 적은 있어도 첼시 아카데미 출신은 아닙니다) 18,19,20세의 유망주들을 포르투갈, 벨기에와 같은 곳에서 성장하고 포인트를 얻도록 하고, 또 남미 선수들을 포르투칼 리그에서 뛰게 하는 것은 완벽한 예가 될 것입니다. 그리곤 궁극에는 첼시에서 뛰게 하는 것이죠. 

 

사회자: 재능과 이를 관리하는 사람의 중요성을 언급했는데 최근 토마스 투헬 감독 경질을 두고 많은 팬들, 분석가 심지어 투헬 자신도 놀랐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3억불의 선수 영입이 끝나자마자 경질이 이뤄졌습니다. 사람들은 챔피언쉽에서 자그레브와의 경기에서 패배한 것에 격분해서 감독을 경질했다는데... 설명해주시겠습니까?

토드: 당신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면 그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들과 생각들어 서로 맞아야 합니다. 투헬 감독은 매우 재능있고 첼시에서 큰 성공도 거뒀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와 긴밀하게 협업할 수 있는 매니저를 원했습니다. 첼시에는 무너뜨려야 하는 벽들이 많이 있는데 가령, 1군은 아카데미와 데이터와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탑 플레이어가 되는지 그 내용을 공유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마치 기름칠 잘된 기계를 돌리듯, 1군, 아카데미, 후보군등이 모두 잘 협업하는 모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목격한 것과 토마스의 생각은 서로 달랐습니다. 누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미래를 위한 비전을 서로 공유하지 못했습니다. 자그레브전의 패배가 이유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비전의 공유가 문제였습니다.

 

사회자: 2012년 당신과 동료들이 다저스를 인수한 이후, 그 가치를 거의 40억불로 2배 가량 상승시켰습니다. 미디어 판권이 중요한 요소였는데, 앞으로 첼시 구단 운영에 있어서도 미디어 판권은 여전히 중요한건가요? 

토드: 글세요. 우리에게는 글로벌 지적재산권이 있고, 글로벌 팬층이 있습니다. 팬층을 확대하는게 가장 중요합니다. 다른데서는 얻을 수 없는, 우리만이 제공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팬들에게 제공해야 합니다. 특히나 우리의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서 팬들과의 보다 직접적인 소통을 해야 합니다. 축구 팬들이 갖는 열정, 경험… 이런 것은 어떤 것과도 견주기 힘듧니다. 굳이 비슷한 감정이라면 미국의 대학 축구에서 느끼는 그런 감정이라고 할까요? 

사회자: 포르투갈, 벨기에등에서 새로운 구단을 인수해서 복합 클럽으로 프랜차이즈화하는 것외에 클럽의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토드: 아카데미를 탑수준으로 만드는 것, 그들에게 새로운 커리어 패스와 미래를 보여주는 것, 이들을 아카데미 플레이어가

아니라 아케데미 상품으로 대접하는 것, 이런 것이 필요하죠

사회자: 바르셀로나처럼요?

토드: 네,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뮌헨처럼요. 첼시도 그러한 글로벌한 명성을 얻고 싶어요

사회자: 슈퍼리그같은 것이 유럽 풋볼을 발전시킬 수 있다면 지지하시겠습니까? 

토드: 챔피언스 리그라는 것이 이미 있습니다. 훌륭한 클럽, 훌륭한 리그가 있는데 (슈퍼리그는 필요 없습니다)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하면 1억 유로를 벌 수 있습니다. 마스터에서 우승하면 몇 백만불밖에 받지 않습니까? 

사회자: 그래도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뮌헨 같은 클럽들과 더 자주 경기를 할 텐데요? 
토드: 여름 기간에도 할 수 있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팬들의 생각도 확고한지라, (슈퍼리그를) 지지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사회자: 사람들이 사실 많이 궁금해할 것 같아서 그러는데, 혹시 확고한 반대인가요?

토드: (웃음) 나는 언제나 확고한 반대를 하지 않습니다. 나는 늘 옵션을 갖고 있기를 좋아하죠. 그러나 적어도 지금은 반대 입장입니다.

세간의 평가

토드 보엘리의 인터뷰 내용중, 유독 올스타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습니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Harlem Globetrotters'(쇼 중심의 농구단)'을 언급하면서 비아냥 거리기도 했습니다. The Athletic에서 토드 보엘리 인터뷰 기사가 게제되자 다음과 같은 댓글들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커뮤니티 실드 대신에 차라리 올스타 게임이 낫겠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풋볼은 돈 말고 어떤 것이 있을까요? 나중에는 NFL처럼 유스팀 드래프트 제도를 도입하자고 할 것 같은데요?' 

'그는 영국 사람들이 상상하는 전형적인 미국인의 모습이네요. 다음에는 풋볼 대신에 사커라고 할겁니다'

'저는 NBA, MLB 올스타 게임을 모두 봤는데 선수들은 그저 시늉만 냅니다. 안 다칠려고요. 그래도 정말로 재미는 있습니다'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프리미어리그가 보다 스포츠 본연의 정신을 고수하는 반면, 미국의 스포츠는 엔터테인먼트 비지니스로 치부하는 경향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만약에 한국의 클럽을 미국의 명문 구단의 구단주가 인수하고 이런 인터뷰를 했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 아니였을까요?

그러나 프리미어 리그의 탄생 배경, 그리고 지금처첨 발전한 배경에는 다른 어느 유럽 리그보다 더 미국의 프로 스포츠 산업을 잘 벤치마킹하고 도입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축구의 제곡, 프리미어리그>라는 책에서도 잘 소개되어 있습니다. 

2022.08.11 - [[풋볼노믹스]] - 프리미어 리그(EPL)의 탄생과 현재

 

프리미어 리그(EPL)의 탄생과 현재

프리미어 리그의 태동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대표 브랜드다. 30년의 젊은 브랜드지만 전세계 쇼비지니스의 아이콘이 되었다. 프리미어리그 탄생이 축구 산업의 기

multifootballer.tistory.com

 

나이 어린 세대들로부터는 더 이상 스포츠 산업이 과거만큼의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축구를 좋아하는 어린 세대들은 FIFA 온라인을 즐기지, 진짜 축구 경기를 잘 보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스포츠 비지니스는 더더욱 흥미와 재미를 배가할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고려할 수 밖에 없는 것도 숙명입니다. 한편, 엔터테인먼트 비지니스의 정점에 있는 미국 프로 클럽의 사업가에게는 아직 프리미어 리그는 더 많은 상업적 발전이 가능한 곳이라는 생각도 공존하고 있습니다. 

저는 첼시 클럽이 발전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다이나믹한 마케팅과 팬과의 교류, 프랜차이즈 상품이 판매되는 클럽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엘리 말처럼 다른 나라 리그의 자매 클럽까지도 인수, 운영한다면 선수들에게도 멋진 기회들이 더 열릴 것 같습니다. 당연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선수들의 진출 기회도 커질 것 같습니다.

다만, 잉글랜드 골수 로컬팬들의 감흥은 조금 다를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반응형